⚾ 1991 월드시리즈 7차전, 잭 모리스가 10이닝을 던져 만든 1-0 우승

1991년 10월 27일, 미국 미니애폴리스 메트로돔.
미네소타 트윈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월드시리즈 7차전을 치렀다. 이기는 팀이 그대로 챔피언이 되는 마지막 경기였다.
그런데 9회가 모두 끝났는데도 점수는 0-0이었다.
미네소타 선발 잭 모리스는 아직 마운드에 있었다. 애틀랜타 선발 존 스몰츠 역시 8회까지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은 투수 두 명이 만든 0의 행진이 끝나는 순간 결정될 수밖에 없었다.
1년 전에는 두 팀 모두 꼴찌였다
이 월드시리즈가 더 특별했던 이유는 두 팀의 전년도 성적에 있었다.
1990년 미네소타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였다. 애틀랜타 역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런 두 팀이 불과 1년 뒤 각각 리그 정상에 올라 월드시리즈에서 만났다.
메이저리그에서 전년도 최하위였던 두 팀이 다음 시즌 동시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네소타에는 커비 퍼켓, 켄트 허벡, 칠리 데이비스가 있었고, 마운드에는 고향 팀으로 돌아온 베테랑 잭 모리스가 있었다.
애틀랜타에는 젊은 투수진이 강했다. 톰 글래빈, 스티브 에이버리, 존 스몰츠가 있었고 타선에는 테리 펜들턴, 론 갠트, 데이비드 저스티스가 버텼다.
지금 MLB를 포함한 스포츠중계를 보면 긴 정규시즌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전혀 다른 흐름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1991년의 두 팀은 그 변화가 한 시즌 단위로 일어난 극단적인 사례였다.
홈팀만 이겼던 시리즈
월드시리즈는 미네소타에서 시작됐다.
1차전과 2차전을 트윈스가 모두 가져갔다.
장소가 애틀랜타로 옮겨지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브레이브스가 3차전과 4차전을 연달아 이겼고, 5차전에서는 14-5로 크게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
애틀랜타가 우승까지 한 경기만 남겨놓았다.
다시 미네소타로 돌아온 6차전.
트윈스가 지면 시즌이 끝나는 경기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커비 퍼켓이 등장했다.
"내일 다시 만납시다"
6차전은 3-3으로 연장에 들어갔다.
11회말.
선두타자는 퍼켓이었다.
찰리 라이브랜트의 공을 받아친 타구가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끝내기 홈런.
4-3.
시리즈 전적 3승 3패.
월드시리즈는 마지막 7차전까지 이어졌다.
퍼켓은 이 경기에서 홈런만 친 것이 아니었다. 외야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캐치를 보여줬고 타석에서도 계속 출루했다.
하지만 6차전의 모든 기억은 결국 마지막 홈런 하나로 모였다.
하루 뒤 정말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잭 모리스와 존 스몰츠
7차전 미네소타 선발은 잭 모리스.
36세 베테랑이었다.
정규시즌에는 18승을 기록했고 이미 월드시리즈에서도 두 차례 등판한 상태였다.
애틀랜타 선발은 당시 24세였던 존 스몰츠.
두 선수의 나이 차이는 컸지만 이날 마운드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었다.
모리스가 한 이닝을 막으면 스몰츠도 막았다.
스몰츠가 위기를 넘기면 모리스도 다시 0을 만들었다.
1회 0-0.
3회 0-0.
5회 0-0.
7회가 끝나도 0-0.
MLB 포스트시즌 기록을 오래 보다 보면 7차전이라는 압박 때문에 투수를 일찍 교체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날 두 선발은 경기 후반까지 직접 승부를 이어갔다.
8회초, 애틀랜타 최고의 기회
경기가 가장 크게 흔들린 순간은 8회초였다.
애틀랜타 선두타자 로니 스미스가 안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 테리 펜들턴이 왼쪽 외야 깊은 곳으로 2루타를 쳤다.
보통이라면 1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스미스가 잠시 속도를 늦췄다.
미네소타 내야진이 마치 병살 플레이가 나온 것처럼 움직였고, 스미스가 타구 위치를 바로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3루에서 멈췄다.
무사 2, 3루.
그래도 애틀랜타에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 점만 들어오면 우승에 크게 가까워지는 상황이었다.
모리스가 직접 빠져나왔다
다음 타자 론 갠트의 타구는 1루 쪽으로 갔다.
주자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1아웃.
미네소타는 데이비드 저스티스를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만루.
타석에는 시드 브림.
모리스가 공을 던졌다.
브림이 땅볼을 쳤다.
1루수 허벡이 홈으로 던졌다.
포수가 아웃을 잡은 뒤 다시 1루로 송구했다.
병살.
3-2-3 더블플레이.
이닝 종료.
무사 2, 3루에서 시작된 애틀랜타의 가장 큰 기회가 점수 하나 없이 끝났다.
모리스는 주먹을 쥐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스몰츠도 0을 남겼다
8회말에는 미네소타가 기회를 잡았다.
주자가 1루와 3루에 나갔다.
애틀랜타 벤치는 스몰츠를 교체했다.
스몰츠의 최종 기록은 7⅓이닝 무실점.
젊은 투수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낸 경기였다.
하지만 구원투수가 허벡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미네소타도 득점 실패.
8회 종료.
0-0.
"내일은 경기가 없다"
9회초에도 모리스가 올라왔다.
애틀랜타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9회말 미네소타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정규이닝 종료.
0-0.
문제는 이제 잭 모리스였다.
이미 9이닝을 모두 던졌다.
일반적인 경기라면 여기에서 임무가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리스는 감독 톰 켈리에게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이날은 월드시리즈 7차전이었다.
다음 경기가 없었다.
결국 모리스가 10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10이닝 무실점
10회초.
모리스는 애틀랜타 타자 세 명을 모두 잡았다.
또 무실점.
최종 기록.
10이닝.
7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126개.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혼자 10이닝을 던지고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미네소타의 한 점뿐이었다.
부러진 배트에서 시작됐다
10회말 선두타자 댄 글래든.
배트가 부러졌다.
그런데 타구는 외야수 사이에 떨어졌다.
글래든은 멈추지 않았다.
2루까지 갔다.
무사 2루.
척 노블락이 희생번트를 댔다.
글래든이 3루까지 이동했다.
1아웃 3루.
애틀랜타 입장에서는 외야 플라이 하나로도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 타자 퍼켓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냈다.
허벡까지 고의볼넷.
1사 만루.
그리고 타석에 대타가 들어왔다.
진 라킨
진 라킨은 정상적인 상태도 아니었다.
무릎 부상 때문에 선발로 뛰기 어려웠고 벤치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 선수가 월드시리즈 7차전 10회말 1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애틀랜타 외야진은 앞으로 들어왔다.
짧은 외야 플라이도 잡아야 했다.
알레한드로 페냐가 첫 공을 던졌다.
라킨이 배트를 돌렸다.
타구가 왼쪽 중앙으로 떴다.
외야수 머리 위를 넘어갔다.
글래든이 홈으로 들어왔다.
경기 종료.
1-0
선수들이 홈플레이트로 몰려나왔다.
미네소타 1.
애틀랜타 0.
연장 10회.
월드시리즈 4승 3패.
미네소타 트윈스 우승.
1987년에 이어 4년 만의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이었다.
놀랍게도 이 시리즈에서는 홈팀이 일곱 경기를 모두 이겼다.
애틀랜타에서는 브레이브스가 세 번 이겼고, 미네소타에서는 트윈스가 네 번 모두 이겼다.
월드시리즈 MVP 잭 모리스
시리즈 MVP는 모리스였다.
1991 월드시리즈 기록은 2승 0패, 평균자책점 1.17.
23이닝을 던졌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 10이닝이다.
7차전.
한 점만 내줘도 그대로 패배할 수 있는 경기.
10회까지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마지막 공격에서 라킨의 안타가 나오기 전까지 그는 승리투수도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상대에게 0을 계속 남겨두는 것뿐이었다.
그걸 10이닝 동안 했다.
퍼켓과 모리스
1991년 미네소타 우승을 이야기하면 이틀 연속 서로 다른 장면이 나온다.
6차전.
커비 퍼켓.
11회말 끝내기 홈런.
7차전.
잭 모리스.
10이닝 완봉.
진 라킨.
10회말 끝내기 안타.
한 명의 슈퍼스타가 시리즈 전체를 혼자 해결한 우승이 아니었다.
필요한 날마다 다른 선수가 마지막 장면을 만들었다.
0-0으로 9회가 끝난 7차전
월드시리즈 7차전은 그 자체로 긴장감이 크다.
하지만 1991년에는 9회까지 누구도 홈을 밟지 못했다.
이후 MLB 역사에서도 월드시리즈 7차전이 0-0 상태로 연장에 들어가 1-0으로 끝난 경기는 이 경기가 유일하다.
야구 역사와 명승부를 돌아볼 때 1991년 7차전이 계속 상위에 언급되는 이유다.
홈런이 쏟아진 경기도 아니었다.
난타전도 아니었다.
서로 한 점을 내주지 않는 시간이 너무 오래 이어졌기 때문에 마지막 안타 하나가 월드시리즈 전체를 결정했다.
1991년 10월 27일
1회 0-0.
5회 0-0.
8회초 애틀랜타 무사 2, 3루.
득점 실패.
9회 종료.
0-0.
10회초.
모리스 삼자범퇴.
10회말.
글래든 2루타.
노블락 희생번트.
퍼켓 고의볼넷.
허벡 고의볼넷.
라킨 끝내기 안타.
1-0.
경기 종료.
잭 모리스가 10이닝 동안 한 점도 주지 않았고, 마지막 한 점은 진 라킨의 배트에서 나왔다.
전년도 꼴찌였던 팀이 1년 뒤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됐다.
1991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마지막 경기는 그렇게 10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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