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 월드컵 결승, 바조의 마지막 슛과 브라질의 네 번째 별

1994년 7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로즈볼.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월드컵 우승을 놓고 만났다. 두 나라 모두 이미 세 차례씩 월드컵 정상에 오른 팀이었다. 이날 이기는 쪽이 역사상 처음으로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이었다.
관중석에는 9만 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찼지만, 경기는 예상보다 조용하게 흘렀다. 호마리우와 베베투가 버틴 브라질도, 로베르토 바조를 앞세운 이탈리아도 결정적인 한 골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이 경기는 월드컵 결승 역사에 처음 보는 장면을 남기게 된다.
브라질은 큰 흔들림 없이 결승까지 왔다
브라질은 조별리그에서 러시아를 2-0, 카메룬을 3-0으로 꺾은 뒤 스웨덴과 1-1로 비겼다. 16강에서는 개최국 미국을 1-0으로 넘었고, 8강 네덜란드전에서는 다섯 골이 나온 끝에 3-2로 이겼다.
준결승에서는 다시 스웨덴을 만났다. 조별리그에서는 비겼지만 이번에는 호마리우의 헤더가 결승골이 됐다. 1-0.
브라질은 그렇게 결승에 도착했다.
1994년 브라질은 화려한 공격만 앞세운 팀은 아니었다. 둥가와 마우로 시우바가 중원을 지켰고, 알다이르와 마르시오 산토스가 수비 중심을 잡았다. 필요한 순간 호마리우와 베베투가 골을 만들었다.
당시 브라질 대표팀의 흐름을 지금의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중계와 비교해 보면 경기 운영 방식이 꽤 다르게 느껴진다. 공격 숫자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먼저 균형을 지키는 팀이었다.
이탈리아는 바조가 끌고 올라왔다
이탈리아의 결승 진출 과정은 훨씬 힘들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일랜드에 0-1로 졌고, 이후에도 쉽게 풀린 경기가 많지 않았다. 특히 16강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0-1로 뒤지고 있었다.
그때 바조가 동점골을 넣었다.
연장에서는 페널티킥까지 성공시키며 2-1 역전을 만들었다. 8강 스페인전에서도 바조가 후반 막판 결승골을 넣었고, 준결승 불가리아전에서는 혼자 두 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가 토너먼트에서 넣은 중요한 골 대부분에 바조가 있었다.
하지만 결승을 앞두고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다친 여파가 남아 있었고, 수비의 중심 프랑코 바레시 역시 대회 초반 무릎 수술을 받은 뒤 가까스로 돌아온 상태였다.
골이 나오지 않은 120분
결승전은 빠르게 점수가 나는 경기가 아니었다.
브라질이 조금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이탈리아 수비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특히 바레시는 수술 후 복귀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브라질 공격을 막아냈다.
호마리우와 베베투가 움직였고 브랑코도 왼쪽에서 계속 공격에 가담했다. 이탈리아는 바조에게 기회가 올 때까지 버텼다.
전반 0-0.
후반도 0-0.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30분을 더 뛰었지만 여전히 골은 없었다. 120분이 지나고도 전광판에는 0-0이 남았다.
월드컵 결승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팀을 승부차기로 결정해야 했다.
첫 키커부터 빗나갔다
브라질의 첫 번째 키커는 마르시오 산토스였다.
그의 슛은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카 팔리우카에게 막혔다.
브라질이 먼저 실패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첫 키커 바레시도 공을 골대 위로 날렸다. 앞선 120분 동안 거의 완벽한 수비를 보여준 선수였지만 승부차기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다음 브라질 키커 호마리우는 성공했다.
이탈리아 알베르티니도 넣었다.
브랑코 성공.
에바니 성공.
3번 키커까지 양 팀이 다시 같은 위치에 섰다.
타파렐이 먼저 한 번 막았다
브라질의 네 번째 키커 둥가가 골을 넣었다.
이탈리아의 네 번째 키커는 다니엘레 마사로였다.
마사로의 슈팅 방향을 브라질 골키퍼 클라우디오 타파렐이 읽었다.
선방.
승부차기 스코어는 브라질이 3-2로 앞섰다.
이탈리아에는 이제 실수할 여유가 없었다.
다섯 번째 키커가 성공해야 브라질도 마지막 키커를 내보낼 수 있었다.
바조가 걸어 나왔다
이탈리아의 다섯 번째 키커는 로베르토 바조였다.
토너먼트에서 이탈리아를 계속 살려냈던 선수였다. 나이지리아전, 스페인전, 불가리아전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결승까지 팀을 끌고 왔다.
바조가 공을 놓았다.
짧게 달렸다.
오른발로 찼다.
공은 크로스바 위로 넘어갔다.
그 순간 브라질의 다섯 번째 키커는 찰 필요가 없어졌다.
승부차기 3-2.
브라질의 우승이었다.
처음으로 승부차기에서 끝난 월드컵 결승
1994년 결승은 월드컵 역사에서 처음으로 승부차기로 우승팀을 가린 경기였다.
브라질은 1958년, 1962년, 1970년에 이어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기준으로 어느 나라보다 많은 우승이었다.
호마리우는 대회 5골을 기록했고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도 받았다. 파헤이라 감독이 이끈 브라질은 공격적인 이미지보다 균형과 결과를 앞세운 팀으로 우승했다.
당시 월드컵의 흐름과 브라질, 이탈리아의 기록은 축구 역사와 주요 대회를 함께 보면 시대별 차이가 더 잘 보인다. 지금보다 경기 템포는 느렸지만 한 번의 실수가 주는 무게는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는 경기들이 많았다.
바조의 실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기
1994년 결승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바조의 마지막 슛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우승이 단순히 그 실축 하나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120분 동안 브라질은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는 타파렐이 마사로의 슛을 막았고, 호마리우와 브랑코, 둥가는 자신의 킥을 성공시켰다.
이탈리아도 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여러 번 탈락 직전까지 갔다. 그때마다 바조가 해결했다.
그래서 마지막 실축은 더 강하게 남았다.
그 선수의 대회 전체가 실패였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결승까지 가장 많은 장면을 만든 선수가 마지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로즈볼에 남은 마지막 장면
당시 주요 장면을 스포츠 하이라이트로 다시 보면 경기가 끝난 직후 두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갈리는 순간이 눈에 들어온다.
바조는 골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타파렐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브라질 선수들은 그대로 골키퍼 쪽으로 뛰어갔다.
1994년 7월 17일.
브라질 0.
이탈리아 0.
120분 동안 골은 없었다.
승부차기 3-2.
브라질은 네 번째 별을 달았고, 월드컵 결승은 처음으로 페널티킥 하나에서 끝났다.
그리고 로즈볼에 남은 마지막 장면은 공이 골대 위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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